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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Midpoint Review

코코블라썸 2023. 7. 6. 15:42

이번주 월요일에는 리뷰를 받았다. 그 전에도 이미 멘토와 Daily meeting을 가지며 대충 티저를 들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측을 했었다. 그리고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점도 있었기 때문에 결과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인턴프로그램은 여러 면에서 작년에 참여한 프로그램과는 비교되게 체계적이다. 아무래도 인턴 받는 규모도 더 크고 그 평가로 채용을 하니 그렇겠지만 참여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이런 체계적인 평가시스템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평가를 해야해서라는 일차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내 멘토는 인턴에게 관심을 꾸준히 갖는 아주 좋은 멘토이다. 살면서 많은 선배, 매니저, 교수님을 만나왔지만 그 중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좋은 선배이자 멘토인것 같다. 내가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것 같으니 바로 1:1 미팅을 데일리로 잡아서 문제를 파악하려는 점도, 내가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은 가감없이 말해주면서도 평가에만 그치지 않고 내가 극복할 수 있게 진심으로 여러 코멘트를 주는 점도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본인의 박사과정 경험을 얘기해주기도, 박사과정을 거쳐온 선배로 전달해주며 꼭 지금의 인턴 과제가 아니더라도 도움을 주려고 노력해주신다. 

이번 리뷰의 lead도 당연히 멘토분이셨는데 리뷰 한 1~2주부터 계속 나한테 한 얘기만 했다. 좀더 proactive 해져야하고 문제가 있을때 face해서 빠르게 peer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문제를 겉돌지 말고 point로 바로 접근해서 learning speed를 expedite해야한다는 점이 이번 리뷰의 주요 포인트였다. 정말 한 1~2주 내내 데일리미팅때 마다 똑같은 얘기를 들어서 (당연히 다른 이야기도 했지만) 리뷰를 열어 보기 전에 이미 본문을 읊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퍼포먼스 미팅에서 들으니 울 것 같았다. 

피드백의 내용을 보면 이 사람이 나를 정말 주의깊게 지켜봤는지, 그냥 대충 내버려 두는지 알 수 있는데 이 사람은 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내가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단점을 정확하게 짚어낸 사람. 작년 인턴십에서는 사실 방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런 멘토를 만났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긴 하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문제점 그 자체이다. 이 리뷰를 내가 처음 들은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석사 때 부터 꾸준히 들었다. 학부때는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서 몰랐다쳐도 석사 때는 지도교수님과 연구를 하며 1:1 미팅을 계속 했고, 그때 교수님이 나만 보면 한 애기가 1) Don't beat around the bush, get to the point directly 2) Do not make excuses 였다. 변명을 하지 말라는 말은 내가 결과가 안나오면 온갖 핑계로 미팅을 미뤘는데 그때마다 역정을 내면서 문제를 내가 안고 있어봐야 해결이 되지 않으니 뭐든 가져오라는 얘기였다.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건 쉽지가 않다. 하지만 또 쳐다보지 않으면 해결되지도 않겠지. 그리고 내가 못 푸는 문제면 그냥 하루빨리 다른사람의 도움을 찾는게 맞다. 내가 연구적으로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 이걸 잘했다. 지금 지도교수님도 본인의 전문영역을 벗어나는 얘기를 내가 한다 싶으면 바로 다른 교수님을 미팅에 초대한다. 연구실 선배 한명도 본인이 모르는 부분은 항상 아는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어떻게 하는게 맞는지 알면서도 들었으면서도 고쳐오지 못한게 몇년을 쌓여 결국 내 퍼포먼스를 늦추고 발전을 막고 있다. 

이 얘기를 하면서 멘토가 본인 박사랩의 선배학생이 같은 문제로 3~4년차에 논문을 한편도 쓰지 못하고 결국 4년차가 끝날때 박사를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 학생은 1년차에 SOSP를 쓴 멘토의 지도교수가 인정한 아주 똑똑한 학생이었는데도 결국 박사를 마치지 못하고 그만뒀다고 했다. 왜 그래야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인턴도 9주차를 시작했고 이제는 절반도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있지만 퍼포먼스 측면에서 내 기대에도, 회사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더 느끼고 있다. 사실 아직 박사과정이 많이 남아서 리턴오퍼를 바라지 않아서 평가가 낮게 나온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은 아니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같은 리뷰를 수년째 듣고있는데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인턴십에는 물론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 결과도 잘 나와 페이퍼를 써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고질병을 이번에야말로 꼭 고쳐서 한 뼘 정도는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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